“박사님, 왜 종목 추천 안 해주세요?” – 33년 투자, 거시 경제에 집중하게 된 이유

안녕하세요! 33년차 이코노미스트이자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 홍춘욱입니다. 2023년 3월부터 ‘국민연금 따라 투자 전략’ 자문을 제공하며 5,767억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27일 기준). 많은 분들이 제게 묻습니다. “박사님, 왜 직접적인 종목 추천은 안 해주시는 건가요?”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에서 애널리스트와 법인 영업 브로커로 일하며 개별 종목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경제 전반과 자산군의 움직임으로 옮겨갔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굵직한 경험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특히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세 가지 사건을 이야기하며, 왜 제가 특정 종목 대신 거시적인 안목을 강조하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계기: 1997년 외환위기, 모든 것을 뒤흔든 파도

1997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외환위기는 제게 뼈아픈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당시 저는 몇몇 종목에 대한 확신으로 투자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며 아마존의 성공을 목도했고, 이로 인해 앞으로 택배 물량이 폭증하며 두꺼운 종이 박스 수요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제지 산업이 바로 제가 주목했던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고 금리가 치솟는 외환위기의 거센 파도 앞에서, 저의 개별 종목 분석은 무력해졌습니다. <그림>에서 보듯, 외환위기 시기(주황색 음영 부분) 상장 기업들의 실적 증가율은 순식간에 붕괴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한국 경제는 거시적인 환경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뼈저리게 느꼈고, ‘한국은 매크로 시장’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경제 분석에 더욱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계기: ‘증자’의 배신, 경영진의 속내를 엿보다

2010년대 중반, 저는 한 기업의 경영진과 사업 모델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합리적인 경영 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잠재력 있는 기업이라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주가가 상당히 매력적인 수준이었기에, 조심스럽게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유상증자’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증자로 인해 주가는 속절없이 추락했고, 당시 저는 상사에게 ‘이 회사 주식을 늘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책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저 “관상을 잘 못 본 것 같다”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저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소액 주주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경영진의 결정에 깊은 실망감을 느꼈고, 이후로는 한국 기업 경영진의 ‘대범함’에 일절 마음을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경영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세요

세 번째 계기: 트럼프 시대, 예측 불가능성의 시대

2016년 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파리 기후협약 탈퇴였습니다. 저는 이를 보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 변화를 부정하고 신재생 에너지 투자는 무의미하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신재생 에너지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판단했죠.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 산업 부흥의 1등 공신이 될 줄 누가 예상했을까요? 2025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전 세계 전력 생산 비중은 33.8%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했던 석탄과 천연가스의 비중은 각각 33.0%와 24.4%로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2025년 여름부터 시작된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으로 인한 고유가 상황이 신재생 에너지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이는 지도자의 등장은 개별 종목이나 산업에 대한 투자의 난이도를 극도로 높입니다. 신재생 에너지를 혐오하는 지도자가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요?

이 세 가지 경험은 저에게 개별 종목의 기술적 분석이나 단기적인 이슈보다는, 경제의 큰 흐름과 자산군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33년간 금융 투자 업계에 몸담으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 속에서 살아남고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거시 경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필수적임을 절감하게 된 것입니다.